에세이 주제 선택을 위한 4가지 조언…읽는 사람의 상상을 자극하라
박 원장의 에듀 코칭
'스토리' 속에 분명한 메시지 담고
가치관·이미지 보여줘야 성공적
일기쓰는 습관이 작문실력 키워
대입 에세이를 쓸 때 고민해야 할 3가지 핵심적인 목표가 있다.
첫 번째는 여러 가지 에세이 소재중에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내는 소재를 영리하게 선별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용하는 소재나 사건을 충분한 탐구해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이루고 명료한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은 어떤 톤과 목소리로 이 모든 이야기를 짜임새 있고 구성지게 말하느냐인데 이 '스토리텔링'은 기술적인 글쓰기 솜씨라고 봐야겠다. 하지만, 좋은 소재와 메시지가 없다면 이처럼 좋은 글솜씨로도 양질의 글을 만들 수 없다. 그렇다면 에세이 소재거리를 어떻게 선정하고 보다 좋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첫 단추: '가치관 탐구(Value Exercise)'
예: 커뮤니티, 영감, 돈, 지능, 현실, 금전적 이득, 신체적 도전, 의무감, 경쟁, 커리어, 협동, 자유, 안전, 힘, 자제력, 굶주림, 자기 개발, 신뢰, 믿음, 참여, 모험, 적응력, 우정, 완벽, 직업 훈련, 능력, 열정, 영향력, 지혜, 지식, 성장, 전문가, 안정, 예술, 위험, 균형, 가족, 용기, 공감, 유머, 효율성, 의미 있는 일, 강도 높은, 음악, 진실, 풍부한 자원, 도전, 국가, 지도력, 의지, 성공, 끈기, 청취, 다양함, 사랑, 음식, 경쟁, 창의력, 즐거움, 외모, 자연 환경에 대한 지각, 인간 관계, 여행, 궁금함, 영적 생활, 충성, 의리, 독립적 성향, 민주주의, 정치, 존경, 용기, 종교
보편적으로 우리 사회를 지탱해주는 중요한 가치들을 나열한 것이다. 위의 예에서 골라도 좋고, 위엔 없지만 나에게 중요한 다른 가치를 선택해도 좋다. 톱 5를 선정하고 이중에서 다시 톱 3를 추린다. 마지막으로 3개 중에서 최종 1개를 뽑아보자. 이 같은 가치들이 갖고 있는 색깔들이 있다고 가정하고 이를 각각 다른 비율로 섞었을 때 나오는 색깔이 내가 가진 색이다.
수많은 경험들 중에 톱 5, 3, 1로 선정한 가치관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에세이가 바로 좋은 소재다. 마치 인물의 소신, 기업의 원칙, 학교의 철학 또는 임무들이 앞으로의 행보를 예측하게 하는 정체성을 부여받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이렇게 예측 가능한 사람으로 보인다는 뜻은 나를 잘 들어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 넌 정말 '이러 이러한' 사람이구나. 너가 '그런' 사람으로 성장할 걸로 난 믿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고 받아들인다면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에세이의 주된 맥락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두 번째 단추: '인생그래프 탐구(Life Timeline)'
깨끗한 도화지에 x좌표엔 연도를 표기하고 y좌표엔 행복 지수 10에서 -10까지를 만들어보자. 매년 기억들을 하나하나 더듬어 가면서 내 인생 사건들을 꼼꼼히 연도별로 적어보자.
인생 첫 친구를 만난 시기, 팔이 부러진 시기, 운전 면허 시험에서 떨어진 일 등 사소한 일이라도 내 기억에 중요한 사건으로 기억되는 일들 말이다. 사진 앨범을 찾아보거나 부모님과 함께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그 다음으로 연필로 매년 본인의 행복 지수를 최대 10에서 -10까지 표시해 보자. 그리고 그 점들을 까만 펜으로 연결해 '행복지수 그래프'를 그려보자. 마찬가지로 학업 성과를 10에서 -10까지 빨강펜으로 그리고, 사회적 성장도는 초록펜으로 그려보자. 이렇게 사건들과 맞물려 본인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는지를 보고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건을 빼고선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에세이 소재를 선택하는데 또 다른 영감을 줄 수 있다.
▶세 번째 단추: '소지품 탐구(Essence Object Exercise)'
길을 걷다 주인 없는 누군가의 가방을 주었을 때를 상상해보자. 주인을 찾기 위해선 가방을 열고 소지품을 들여다 볼 수 밖에 없다. 가방 속에는 최근 이 사람이 봤던 영화표 두 장, 읽고 있는 책과 첫 장에 적어 놓은 글귀, 필통과 메모지, 소니 헤드폰과 라이카 35mm 수동 카메라, 자주듣는 노래, 러닝신발 등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가방 소유자가 어떤 사람일지 상상할 수 있다. 한국에 뇌과학자로 유명한 김대식 교수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몇 가지 특정적인 데이터 만으로 개인의 경험에 비춰 그 대상이 어떤 사람일지 상상하는데 매우 능하고 그 기대가 깨질 때까지 허구에 대한 믿음이 크다.
뇌가 믿는 진실의 허구성에 대한 이 기법은 짧은 시간에 단서를 제공하는 광고나 영화 예고에 특히 많이 등장한다. 중요한 점은 글을 읽는 사람도 어차피 자신이 믿고 싶은 결론을 갖게 될 것이고, 에세이를 쓰는 입장에선 읽는 이들이 상상에 필요한 재료들을 제공해준다. 때문에 USC, 캘텍 등 일부 대학은 지원자가 좋아하는 책 3개, 자주 가는 웹페이지, 좋아하는 영화, 본인의 테마송, 즐겨보는 TV쇼 등의 단답형 질문을 통해 지원자의 성향을 능동적으로 파악한다.
이 기법의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이미지를 대변해줄 소지품, 그리고 감성을 자극하는 의미 있고 소중히 여기는 물건들을 최대한 나열해보고, 그 재료들을 에세이 곳곳에 삽입해 이야기의 디테일과 사실성을 채우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연결해주는 상징적인 매개체로 사용될 수도 있고 캐릭터를 묘사하기 위한 재료로 쓸 수 있다. 다만, 과유불급이라고 이야기의 밸런스를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 '기록을 통한 사건 탐구(Journaling)'
컴퓨터 그래픽을 볼 때, 가상의 이미지라는걸 알지만 디테일이 강하게 살아있을 때 우리는 초현실적(사실적)으로 느낀다.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이야기의 디테일이 묘사될 때마다 이야기에 흠뻑 몰입하게 되는데 이것은 바로 이야기의 디테일이 사실감, 현실감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기록이 중요한 이유는 이야기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은 유일무이 에세이의 주인공 뿐이라는 점이다.
소재의 모든 부분을 기억에만 의존해야한다면 사실감 있는 에세이 작성이 매우 힘들어진다. 아무리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해도 그 당시의 기록만큼 생생하진 못할 것이다.
일기를 쓴다는 것이 결코 거창한 일이 아니다. 그날의 날씨, 냄새, 내가 입은 옷, 그날 본 것들, 느낌, 감정, 그날의 주제, 기억에 남는 말, 그날 세상에서 일어난 뉴스 등을 기록하는 것도 좋다.
요즘은 SNS(페이스 북, 스냅챗, 인스타그램)를 통해 내 하루를 기록하거나, 유튜브, 블로그를 통해 기록하는 등 방법은 보다 다양해졌다.
이런 방법도 좋고, 보다 사적인 기록을 위해 개인 컴퓨터나 일기장을 사용해도 좋다. 내게 일어난 하루 동안의 일들이 식재료라면, 이것을 기록하고 돌아보는 작업이 음식을 소화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도전해보기 바란다. 훗날 어떻게 그 기록들이 숙성되어 읽혀지지 모르니 마음을 다해 쓰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